엔비디아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09'(Mobile World Congress2009, 이하 MWC2009)를 통해 발표한 엔비디아 테그라(Tegra) 600 시리즈는 최소 미화 99달러로 완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특장점으로 내세워지는 칩이다. 지난 2008년 대만 컴퓨텍스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된 이래, 다시한번 소비자들의 이목을 가격 이슈로 집중시켰다. 본래 테그라 칩은 ARM의 프로세스 코어와 엔비디아의 그래픽 코어의 만남으로 화제가 되었던 바 있다. 기술과 기술의 협동의 차원에서 화제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경제위기 때문에 매우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가격'을 들고 나왔다. 아무래도 시장에서 실제 제품들을 만나보자면 1년여는 더 걸릴지도 모를 '부품'의 런칭이긴 해도 경제위기가 몇 년 간다는 상황에서는 매우 신경 쓰일 부분이다.
MWC2009에서 처음으로 선보여진 테그라 600 시리즈는 '항상 켜져 있고'(Always-On), '언제나 접속되어 있는'(Always-Connected) HD 휴대용 인터넷 기기(MID: Mobile Internet Device)를 표방한 칩이다. 먼저 나온 테그라 APX가 스마트폰 시장으로 가 버리고 MID 시장을 담당하게 되었다. 최근 발표된 넷북/넷톱용 이온 플랫폼과 APX 사이에 자리를 잡게 된다. 기본적으로 ARM 코어에 지포스(GeForce) 코어를 더한 설계방향은 이어지기 때문에, 인터넷 활용과 3D 및 동영상 콘텐츠 가속은 매우 좋을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 테그라 칩이다. 따라서, 요즘처럼 인터넷을 통해 각종 영상 콘텐츠를 많이 보게되는 웹 2.0 시대에 하드웨어적인 서포트는 뛰어난 편이다. 여기에 '최저가 미화 99달러' 선언은 시장에도 긍정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엔비디아는 MID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아성을 한참 앞서 차지한 인텔과의 항전을 벼르는 중이다. 인텔이 내놓은 무어스타운 등 MID 레퍼런스 디자인보다 작은 크기를 자랑해 이를 바탕으로 배터리 라이프 또는 가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엔비디아의 주장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윈도우 XP/비스타 운영체제를 쓸 수 있는 인텔과 그렇지 못한 엔비디아라는 차이가 발생한다. 테그라는 기본적으로 윈도우 모바일/CE 운영체제가 작동하도록 되어 있다. WMC2009에서 안드로이드 플랫폼도 지원한다고 하지만, 이는 좀 다른 문제. 게다가 인텔 MID는 리눅스 진영과 손잡고 런닝 모델 발표와 상용제품 출시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어, 엔비디아로서는 일반 소비자들이 보기에 폐쇄적인 운영체제 제약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과제다.
아직 메이저 벤더에서 엔비디아 칩을 채택해 대규모 프로모션을 할 정도로 파이가 큰 것도 아니라는 점이 엔비디아에게는 또 다른 숙제다. 발표가 이루어진 WMC2009를 휩쓰는 건 '완제품'이지 '부품'이 아니다. 게다가 핸드폰과 같은 제품은 부품 제조사가 공급여부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섣불리 고객사를 밝힐 수도 없는 제약이 존재한다. 겉으로 보기에 엔비디아 테그라는 최초로 HD와 인터넷을 가능하게 하는 업계 최초의 '싱글칩 컴퓨터'라는 화려한 외양을 지닌다. 엔비디아가 선전하는 그대로, 이를 쓰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와 같은 소셜 미디어 애플리케이션은 물론, 구글과 네이버 등 포털 서비스를 쓰기에도 부족함 없는 성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좋은 기기도 디바이스 제조사에서 만들어줘야 뭐가 되도 된다. 현재 HTC가 테그라 기반 장비의 디자인을 공개해 기대감을 북돋고 있다. MID는 스마트폰과 달리 이동통신사 서비스에 종속적이지 않아 좋은 물건이 한국에 유통망을 지닌 벤더에서 나온다면 국내 수입이 일단은 긍정적이다. 매우 민감한 '환율' 이슈가 있긴 하나, 핸드폰과 노트북 벤더를 중심으로 좋은 물건들이 속속 공개된다면 국내에서도 테그라 600 칩을 쓴 MID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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